좋은 시조
접신 - 임성구
heystar
2011. 6. 3. 01:18
접신接神
임성구
그 옛날 오동나무집 대문 열고 들어가
아직도 그 돌무덤 아랫목에 누워계신
아버질 왈칵 끌어안고 눈 맞추는데 눈 내린다
단단하던 성정의 뼈도 다 삭은 언저리에
이름 없는 벌레들이 몸 위로 기어올라
혀끝을 날름거리며 눈과 귀를 파먹는다
개미였다 독사였다 독수리 발톱 같은
구멍이란 구멍 죄다 파먹은 그것들이
뼛속에 산바람 불어넣고 대나무 끝 방울로 운다
울 부자父子 이중창에 산이 헉! 꿈틀할 때
살풀이하는 산안개도 허리 친친 감았다 풀고
눈 뜨면 오동나무집은 먼 섬처럼 흔들린다
2011. <시조21> 상반기호
1967년 경남 창원 출생
1994년 <현대시조> 신인상 등단
<영언> <석필> 동인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