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겨울비, 그 후

heystar 2020. 2. 8. 18:22

         

 

  겨울비, 그 후

 

                         박해성

 

 

길바닥에 고인 물 속 고층빌딩이 누워있다, 노을빛 창문들이 전생처럼 아련한데

가로등 젖은 눈동자 조등인양 흔들린다

 

이녁 같이 저녁 같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묵한 길의 상처가 우주의 중심인 듯

구름이 몸을 풀었다, 허락도 계산도 없이

 

몇 번을 죽었다 깨야 다시 인간이 될까? 신음처럼 울음이 새는 길고양이 한 마리,

미야오~ 번개 삼킨 듯 꼬리를 사리는데

 

유모차가 지나간다 영구차가 지나간다, 작은 새가 날아간다 소년이 뛰어간다

낯익은 무언극처럼 23장이 흘러간다

 

 

-월간 『시인동네』2020년 02월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