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원圓
heystar
2019. 9. 7. 10:47
원 圓
박해성
그때 나는 매화그늘에서 눈뜬 까치독사였다
연분홍 꽃비가 유행가처럼 흩날렸다
뱀이다!
외마디 비명에 똬리를 풀던 봄날
돌멩이가 날아들었다 회초리가 휘감겼다
나는 달렸다, 뿌리쳤다, 숨을데가 없었다
어쩌다 집도 절도 없는 징그러운 희망뿐인
짓이겨진 몸뚱어리 동천인가, 구천인가,
햇살의 박수갈채에 악취가 만화방창
파리떼 만찬이시네 쉿,
축제는 순조롭다
- 『정형시학』2019, 가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