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그런나무 되고 싶다 - 조명선

heystar 2019. 4. 9. 21:46


그런 나무 되고 싶다


                                     조명선

 

 


기슭에서 산을 품는 흔들림 없는 나무가 되어

 

한적한 물가 가만가만 그늘 깊은 나무가 되어

 

천 년을

딱 한 사람만

기다리는 나무가 되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비바람에 엉키다가

 

처음처럼 기다리다 그 아픔에 혼절하고픈

 

꼭 한번

그러고 싶은

욕심 많은 나무가 되어

 

 

길가에서 만신창이로 온몸을 내 주어도

 

한 가지씩 썩어가도 따뜻한 눈물 되어

 

한 사람

가슴 적시는

그런 나무 되고 싶다.



-조명선 시집 『하얀 몸살』에서



경북 영천 출생.
1993년월간문학 등단.
2010년 제13회 <대구시조문학상> 수상.
2010년 시집하얀 몸살 출간.
대구문인협회 시조분과장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