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다시 와온 - 장은해
1.
물과 뭍 진한 포옹 순천만에 와서 본다
잗주름 굽이굽이 하루해를 업은 바다
붉지도 희지도 않은 갯내 살큼 풀고 있다
우련해진 개펄 끝을 찰방대는 파도소리
오뉴월 함초 같은 슬픔의 싹 돋아나도
갈마든 밀물과 썰물 그 아래 잠이 든다
2.
말뚝망둥어 뒤를 좇던 달랑게 한 마리가
붉덩물 둘러쓴 채 물고 오는 해거름 빛
저들도 가슴 뜨거운 사랑이 있나 보다
손에 손 마주잡은 연인들의 달뜬 눈빛
밤바다에 등을 달 듯 별 하나씩 켜질 때
따뜻한 남녘 바람이 내 어깨를 쓸고 간다
- 장은해약력▲1946년 서울 출생 ▲총신신학대 졸업
[심사평] 진부한 소재에 나름의 빛깔 그려내
시인은 감성의 거친 빵을 먹고, 사유의 길섶에서 노숙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들은 곧잘 당대 삶의 정서에 밀착한다. 그런 정황은 올해 신춘문예 응모작들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한동안 역사인식이나 자연친화 쪽에 쏠렸던 시각이 생존현실의 언어로 옮겨온 것이다. 이는 ‘시절가조’인 시조의 속성을 보여 주는 일이기도 하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시 뜨는 날´(이예연), ‘오후의 주방´(김주연), ‘칼 맑스의 국수´(서경), ‘식구, 아랫목 서사´(조성국), ‘기러기 아빠´(나영순), ‘바랭이밭 도라지꽃´(최평균), ‘빙벽´(이동명), ‘다시, 와온´(장은해) 등이다. 긴 논의 끝에 장은해의 ‘다시, 와온´을 당선작으로 낙점한다. ‘와온’은 이미 한국시사에서 빼려야 뺄 수 없는 지명이다. 그만큼 많은 시인들이 와온을 노래해 온 터다. 이 경우 남다른 관점과 해석이 필요한데, 장은해는 그 나름의 빛깔과 무늬로 와온을 그려낸다. ‘다시, 와온´은 풍경의 전경화를 통해 생태환경과 생명의 전언을 결속한 작품이다. 전편에서 활유의 수사가 돋보이며, 신선한 발상과 유연한 어조로 문면의 긴장을 놓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일상의 풍경 속에 생존의 표정을 담는 심상의 중층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잗주름’, ‘갯내 살큼’, ‘갈마든’, ‘붉덩물’처럼 맨우리말의 말맛을 살리거나, ‘함초’, ‘말뚝망둥어’, ‘달랑게’ 같은 수생생물로 현장감을 더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먼 길의 동행이 된 당선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더 갈고 다듬어 자신만의 문체와 시품을 이루어 가길 바란다. 낙선자들도 절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이은상) 절망의 겉창이 곧 희망이거늘. 분발을 빈다.
심사 -이근배·박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