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star 2017. 12. 31. 12:58

                군산항


                             박해성



   신분의 벽을 넘으려다 절름발이 된 아비는

   전지전능 황금만능교 전전긍긍 신도였지요.

   날마다 생의 바다에 낡은 그물을 던지던

   그가 건져 올리는 건 변명 같은 쓰레기지만

   술 취해 고래고래 고래를 끌고 돌아왔죠.

   고래는 몸부림쳤죠, 시궁창이 넘쳐나도록 

   

   걱정마라, 이 애비가 너를 두고 죽겠느냐


   반년 만에 돌아온 그는 화약내가 났습니다. 한밤중 개 짖는 소리에

대숲으로 사라진 이, 느닷없이 깨진 안경만 덜컥 돌아왔습니다. 만삭

의 그 아내는 열길 우물에 몸을 던지고 빨치산, 빨갱이 새끼, 일곱 살

실어증이 발길질에 돌팔매에 붉게 물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두려울 때

면 나 발해로 도망쳤지요. 허상의 국경을 넘어 꼭꼭 숨어 울었습니다.


   선지빛 석양을 지고 노신사 흐느낍니다.



- 『좋은시조』2017, 겨울호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