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 마광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마광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꼭 금이나 다이아몬드가 아니더라도
양철로 된 귀걸이, 반지, 팔찌를
주렁주렁 늘어뜨린 여자는 아름답다
화장을 많이 한 여자는 더욱더 아름답다
덕지덕지 바른 한 파운드의 분(粉) 아래서
순수한 얼굴은 보석처럼 빛난다
아무 것도 치장하지 않거나 화장기가 없는 여인은
훨씬 덜 순수해 보인다 거짓 같다
감추려 하는 표정이 없이 너무 적나라하게 자신에 넘쳐
나를 압도한다 뻔뻔스런 독재자처럼
적(敵)처럼 속물주의적 애국자처럼
화장한 여인의 얼굴에선 여인의 본능이 빛처럼 흐르고
더 호소적이다 모든 외로운 남성들에게
한층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가끔씩 눈물이 화장 위에 얼룩져 흐를 때
나는 더욱 감상적으로 슬퍼져서 여인이 사랑스럽다
현실적, 현실적으로 되어 나도 화장을 하고 싶다
분으로 덕지덕지 얼굴을 가리고 싶다
귀걸이, 목걸이, 팔찌라도 하여
내 몸을 주렁주렁 감싸 안고 싶다
현실적으로
진짜 현실적으로
-출처; 마광수 시집 『광마집』(심상사, 1980) 에서
1951년 경기도 발안 출생.2017. 9월 사망.
- 연세대학교 국문과 졸업.1983년 <윤동주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
- 1977년 《현대문학》시 등단. 문학이론서와 평론집을 출간해오던 그는
- 1989년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와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출간
- 《문학사상》에 장편 소설 <권태> 연재,
- 1991년 장편 소설『즐거운 사라』로 인해 구속, 연세대학교 교수직 직위해제를 당하지만 복직됨
- 2017년 9월 5일 타계.
[출처] 웹진 시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