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를 위한 메모 - 송종규
죽은 새를 위한 메모
송종규
당신이 내게 오는 방법과 내가 당신에게 가는 방법은
한 번도 일치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어떤 전언 때문이 아니라, 하나의 문장이
꽃봉오리처럼 터지거나
익은 사과처럼 툭 떨어질 때
비로소 당신이 당도한 걸 알아차린다
당신에게 가기 위해 나는 구름과 바람의 높이에 닿고자 했지만
당신은 언제나 내 노래보다 높은 곳에 있고
내가 도달할 수 없는 낯선 목록에 편입되어 있다
애초에 노래의 형식으로 당신에게 가고자 했던 건 내 생애 최대의 실수였다
이를테면, 일종의 꿈이나 허구의 형식으로 당신은 존재 한다
모든 결말은 결국 어디에든 도달 한다 자, 이제 내가 가까스로
당신이라는 결말에 닿았다면
노래가 빠져나간 내 부리에 남은 것은 결국 침묵,
나는 이미 너무 많은 말을 발설했고 당신은 아마
먼 별에서 맨발로 뛰어내린 빛줄기였을 것이다
오랜 단골처럼 수시로 내 몸에는
햇빛과 바람과 오래된 노래가 넘나들고 있다
-출처; 계간 『애지』 2016년 가을호에서
경북 안동 출생
효성여대 약학과 졸업.
1989년 《심상》 신인상 등단.
수상; 2005년 대구문학상 과 2011년 제31회 대구시 문화상(문학부문), 2013년 제3회
2015년 제15회 애지문학상, 2017년 제10회 시인광장문학상 수상.
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처럼』(둥지, 1990), 『고요한 입술』(민음사, 1997),
『정오를 기다리는 텅 빈 접시』(시와반시사, 2003), 『녹슨 방』(민음사, 2006),
『공중을 들어 올리는 하나의 방식』(민음사, 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