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죽은 새를 위한 메모 - 송종규

heystar 2017. 12. 18. 19:07



       죽은 새를 위한 메모


                                    송종규


 

 

  당신이 내게 오는 방법과 내가 당신에게 가는 방법은

  한 번도 일치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어떤 전언 때문이 아니라, 하나의 문장이

  꽃봉오리처럼 터지거나

  익은 사과처럼 툭 떨어질 때

  비로소 당신이 당도한 걸 알아차린다

  당신에게 가기 위해 나는 구름과 바람의 높이에 닿고자 했지만

  당신은 언제나 내 노래보다 높은 곳에 있고

  내가 도달할 수 없는 낯선 목록에 편입되어 있다

  애초에 노래의 형식으로 당신에게 가고자 했던 건 내 생애 최대의 실수였다

  이를테면, 일종의 꿈이나 허구의 형식으로 당신은 존재 한다

 

  모든 결말은 결국 어디에든 도달 한다 자, 이제 내가 가까스로

  당신이라는 결말에 닿았다면

  노래가 빠져나간 내 부리에 남은 것은 결국 침묵,

 

  나는 이미 너무 많은 말을 발설했고 당신은 아마

  먼 별에서 맨발로 뛰어내린 빛줄기였을 것이다

 

  오랜 단골처럼 수시로 내 몸에는

  햇빛과 바람과 오래된 노래가 넘나들고 있다

 

  

               -출처; 계간 『애지』 2016년 가을호에서 




경북 안동 출생

효성여대 약학과 졸업.

1989년 《심상》 신인상 등단.

수상; 2005년 대구문학상 과 2011년 제31회 대구시 문화상(문학부문), 2013년 제3회

        2015년 제15회 애지문학상,  2017년 제10회 시인광장문학상 수상.

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처럼』(둥지, 1990), 『고요한 입술』(민음사, 1997),

      『정오를 기다리는 텅 빈 접시』(시와반시사, 2003), 『녹슨 방』(민음사, 2006),

      『공중을 들어 올리는 하나의 방식』(민음사, 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