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장원은 신준희 씨의 ‘망월동 봄’이다. 광주의 봄을, 오지 말았어야 했을 봄을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빌려와 이야기하며 숙연함을 잘 이끌어냈다.
‘피지 마라 꽃들아’로 시작한 5·18의 슬픔을 ‘꽃이여 피지 마라’의 도치로 마무리하였다. 시조라는 큰 그릇에 수미상관 형식의 작은 그릇을 넣은 화자는 그렇게 확보한 공간 속에 우리 역사의 아픔 한쪽을 담아놓았다. 그리고 ‘다이달로스’가 만든 ‘밀랍의 날개’처럼 처연히 지고 만 아름다운 그때의 목숨들 앞에서 ‘마음 썰물 지’고 있다. 전면에 내세운 환한 계절 때문에 아픔이 더 아프게 느껴지게 하여 감동을 자아냈다.
차상은 김석인 씨의 ‘배흘림기둥에 기대어’다. 배흘림기둥에 기댄 화자는 ‘산벚꽃 바라보다 산벚꽃이’되는 자연합일 상태로 자신을 성찰하고 있다. 자신의 ‘꿈의 고갱이’가 ‘퇴화’되어 있다고 생각하여서 내면이 어둡다. 그러나 이런 회고적 정서는 ‘천 년 더 공명(共鳴)할 몸짓’을 깨달아 새로운 자아실현의 계기로 전환된다. 가락이 안정되어 있고 사유의 깊이도 잘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러나 둘째 수 중장과 종장 사이의 부자연스러운 배치가 흠이 되었다.
차하는 고등학생인 화송희양의 ‘배꽃’이다. 봄의 ‘초대장’을 든 행복한 화자의 모습을 잘 묘사했다. 어린 나이지만 시조를 많이 공부한 사람 같다. ‘꽃향기 하염없이 머릿속을 그어대고’ 같은 공감각적 심상의 자연스러운 표현과 ‘나와줄래?/‘기다릴게!’ 같은 그 나이에 꼭 맞는 날것의 감각이 매우 신선하다. 그러나 그것에 비해 셋째 수 종장의 ‘배꽃이여’ 같은 고투의 돈호법은 전체 이미지와 따로 떨어져있는 듯해 아쉬움을 주었다.
이달에는 당선작도 모두 그렇지만 대부분의 다른 응모작도 봄과 꽃이 그 주제나 변주, 제재로 쓰였다. 끝까지 잡고 있었던 장옥경·엄미영·조한일씨의 작품도 더 환한 꽃을 피울 수 있기를 바란다.
심사위원=이종문·강현덕(집필 강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