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오후 세시

heystar 2017. 9. 2. 09:25


오후 세시 - 박해성



혼수품으로 따라 온 벽시계가 죽었다

시침 초침 다 멈춰도 멈추지 않는 이 별에서

억장이 무너졌나보다, 착각착각 착란처럼


열 한번 이사하는 동안 아이 셋을 낳았고

갑상선을 도려내고도 살아남은 그녀가

감정이 박제된 것처럼 울지 않던 그녀가


적당히 가난해서 엄살떨기 좋다더니

부동산 성공신화 투자명당을 헤매다가

화들짝 두 눈을 뜨자 神도시는 아니었을까?


해 지는 줄도 모르고 오후 세시에 멈춰 선 이

막막한 생의 굴레를 벗어나려 작정한 듯

배후엔 수상한 공범의 몽타주가 선명하다



- 계간 『정형시학』2017, 가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