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내란 - 김종해

heystar 2017. 7. 20. 10:48


               내란


                            김종해



낙엽이나린다. 우산을 들고

제왕은운다헤맨다. 검은비각碑閣 에어리이는

제왕의깊은밤에낙엽은나리고

어리석은민중들의횃불은밤새도록바깥에서

궐문을두드린다

깊은돌층계를타고내려가듯

한밤중에촉대에불을켜들고

안에나린낙엽을투석投石

맨발로밟고내려가라내려가라

내려가라깊고먼지경地境에침잠하여

제왕은행방불명이된다

제왕은화구의불구멍이라자기혼자뿐인거울속에서

여러개의탁자위에나린

낙엽이되고투석이되고

독재자인나는맨발로난간에나가앉아

벽기둥에꽂힌화살이되고

깊은밤이된다. 제왕은군중속에떠있는

외로운섬인가. 낡은법정의흔들리는벽돌을헐어

이한밤짐에게비문碑文을써다오

화염인채무너지는대리석처럼깊은밤인경은

시녀같이누각에서운다누각에서떠난다.

아한장의풀잎인가미궁속에서

내전에세워둔내동상은흔들리고

나는거기가서꽂힌비수匕首가되고

한밤동안석전石殿을내리는물든가랑잎에

붉은용상龍床은젖어

우산을들고제왕은운다헤맨다



- 『열린시학』2017, 여름호 <한국대표시인특집>에서 발췌.



김종해 1941년 7월 부산 출생.

- 부산 해동고등학교 졸업.

- 1963년 『자유문학』등단.

- 1965년 《경향신문》신춘문예에 시 <내란> 당선.

- 수상 ;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한국시협상, 공초문학상, 한국펜문학상,

- 경력 ; 2004 한국시인협회 회장 역임 외

- 현재 ;  문학세계사 대표,  한국시인협회 평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