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해남, 땅끝에서

heystar 2017. 7. 1. 08:03

  

      해남, 땅 끝에서 - 박해성



   예전 우리 할머니는 천신天神의 여자였지만

   아버지는 박혁거세 난생卵生의 왕족이지만

   색맹의 금수저 앞에 이젠 그저 농담 같죠.


   재벌의 서출도 아닌, 요절할 천재도 아닌 

 

             그래서 위험하거나 슬프지도 못한 내가 그대를 사랑합니다. 아찔한

          절벽 아래 혓바닥을 널름대는 독사 같은 파도를 헤며 현기증으로 일렁

          이는 나, 하루하루 가는 길이 일엽편주 같은데요. 미친 척 독주 한잔 목

          구멍에 털어 붓고 사랑해서 미안합니다, 미안해도 사랑합니다! 고백도

          못해본 사랑, 살아 포기할 수도 없고 이냥 죽을 용기도 없어


   사랑도 담보 필요해? 돌팔매나 날립니다.



                                                           - 계간 『정형시학』2017, 여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