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셔?" - 오승철

heystar 2011. 4. 20. 09:26

"셔?"

 

오승철

 

 

솥뚜껑 손잡이 같네

오름 위에 돋은 무덤

노루귀 너도바람꽃 얼음새꽃 까치무릇

솥뚜껑 여닫는 사이 쇳물 끓는 봄이 오네

 

그런 봄 그런 오후

바람 안 나면 사람이랴

장다리꽃 담 넘어 수작하는 어느 올레

지나다 바람결에도 슬쩍 한번

묻는 말

"셔?"

 

그러네, 제주에선 소리보다 바람이 빨라

'안에 계셔?' 그 말조차 다 흘리고 지워져

마지막 겨우 당도한

고백 같은

그 말

"셔?"

                           * 격월간 <유심> 2010년 5/6월호 

- 1957년 제주 출생

-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시집 <개닦이>, <누구라 종일 홀리나>, <사고싶은 노을>

- 한국시조작품상, 이호우시조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을 수상.

-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정책과에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