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나의 아나키스트여 - 박시교

heystar 2011. 4. 12. 10:53

    나의 아나키스트여

 

 

                                     박 시 교

 

 

 

누가 또 먼 길 떠날 채비 하는가보다

 

들녘에 옷깃 여밀 바람 솔기 풀어놓고

 

연습이 필요했던 삶도 다 놓아버리고

 

 

내 수의壽衣엔 기필코 주머니를 달 것이다

 

빈 손이 허전하면 거기 깊이 찔러 넣고

 

조금은 거드름 피우며 느릿느릿 가리라

 

 

일회용 아닌 여정이 가당키나 하던가

 

천지에 꽃 피고 지는 것도 순간의 탄식

 

내사랑 아나키스트여 부디 홀로 가시라

 

                          

                                            * <현대시학> 2010년 10월호

* 1945년 경북 봉화 출생.

* 197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시집 <겨울강> <가슴으로 오는 새벽> <낙화> <독작(獨酌)> 등

* 중앙시조대상, 이호우문학상, 가람문학상 등을 수상

* 격월간 <<유심>>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