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어둠 - 황봉학

heystar 2017. 5. 17. 15:14

    

     어둠


                     황봉학




기러기가 물고가다 떨어뜨린 노을은

먹성 좋은 그의 먹이가 되어 사라졌다


나는 그 짐승을 거실로 데려와

방금 삼킨 것을 토해 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다가

술 한 잔 먹여 문밖으로 내쫓았다


밖은 이미 그 짐승의 세상

그는 성큼성큼 한 강을 건너 깊은 골짝으로 숨어버리고

가끔 그곳에서 부엉이가 울었다


노을이 죽은 세상에는

오소리의 눈빛이 살아나고

쥐들의 꼬리가 길어졌다


외딴 오두막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그 짐승과 자리다툼을 하는 사이

불쑥 오죽 하나가 솟아나고 있었다


                                         

                                  -  2017『현대시학』 1월호에서


경북 문경 출생.

2011년 계간 『애지』 등단.

시집;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말』『주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