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칸나꽃 분서 - 신미나
heystar
2017. 4. 26. 16:25
칸나꽃 분서焚書
신미나
절명을 꿈꾼들 저 꽃 같이는 심장을 내걸 수 없었네
계절은 매번 색다른 변절을 꿈꾸어 왔으므로
이제 나를 거쳐 간 연애는 미신이 되었다
돌아본들 유산 후에 돋는 입덧 같은 것이었나
꽃 진 자리 화기가 남아 피 더운 까닭은
용서하라, 눈 매워 혈서 한 잎 흘려 쓰지 못하는 것을
오로지 그대, 한 올 그림자마저 태우고 높이 떠나라
이 여름 다 가고 붉은 두근거림마저 지면
당신 눈짓과 살내를 곁에 두고 오래 잊을 것이라
화대처럼 받아든 이 시간에 불붙이고
연기도 없이 지등紙燈 타는 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라
- 시집「싱고, 라고 불렀다」2014년 창비
1978년 충남 청양 출생.
강릉대 교육대학원.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등단.
시집『싱고, 라고 불렀다』2014년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