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star 2017. 1. 5. 12:11

               

                      몸살

 

                                           박해성



    긴 머리카락으로 마왕의 수의를 짜는 밤이야


    어둠을 시침질하는 삼베 같은 빗줄기야 주술에 걸린 밤비야 불면을 사육하는

갈래갈래 채찍이야 손톱 밑을 찌르는 바늘이야 비명이야 검지 끝에 매달린 붉은

핏방울이야 화르르, 신열이 꽃피는 한바탕 계절이야 환장할 꽃그늘 아래 삼천년

묵은 이무기 허물 벗는 적막이야 먹구렁이 뱃속에서 꿈틀대는 작은 새야 숨 막히

는 어둠을 베는 설미친 바람이야 연인의 정강뼈로 만든 피리야 피리소리야 귀먹

은 돌의 노래야  밤새 짠 수의를 걸친 마왕의 휘파람이야  


    이 ․ 저승 접경을 헤매는 새벽이야, 개벽이야

  


                        - 계간 『정형시학』2016, 겨울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