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star 2016. 9. 11. 11:55


          취하다


                          박해성



울릉도 가는 뱃길, 동쪽으로 가부좌하고

검붉은 오디주 한잔 이녁에게 권합니다


위하여,

술잔을 들고 '위하여'를 위하여!


목젖 채 젖기도 전 온 몸에 번지는 취기

사상도 사랑도 모르는 새하얀 말을 타고

갈기를 휘날리면서 뱃전을 스치는 이여


절반쯤 남은 술병 식은 땀을 흘리는데


그대 지금 안녕한가,

차마 묻지 못하는 나


남은 술 마저 부으니 취한 바다 울먹입니다



- 계간 『시조 21』2016, 가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