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시집 읽기 - 김남규
이제보니 작년 겨울호네, 나의 시간은 늘 뒤죽박죽... 그나마 이제라도 찾아낸 걸 다행이라 생각하며... 훌쩍 =_+;;;
강바닥 물풀같이 흔들리며 살던 사람
그까짓 파도 몇 잎 잠재울 줄 왜 몰라서
끊어진 그물코 사이 등 푸른 날 다 놓치고
주거부정 지천명에 비틀대던 아수라도
가슴속 천둥 번개 훌훌 털어 버렸는가
동지冬至에 언 발을 끌고 살얼음 강 건너시네
*
가지마오 공무도하, 머리 풀고 우는 바람
타는 놀빛 만다라를 수평선에 걸어 놓고
어디로 흘러 갔을까, 비명을 삼킨 강물은
*
지친 새 추락하듯 쭉정별 지는 이 밤
그 누가 추운 강변 아직도 서성이는지
손톱을 잘근거린다, 빈처 같은 조각달이
- 박해성 <新공무도하가> 전문
시인은 "강바닥 물풀같이 흔들리며 살던 사람"을 향해 노래 부른다. '公無渡河공무도하 公竟渡河공경도하 墮河而死타하이사 當奈公何'당내공하' "주거부정 지천명에 비틀대던 아수라"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아마도 시인은 정처없이 떠도는 노숙을 "살얼음 강을 건너는 자로 비유한 것이로 보인다. 그리고 생각한다. 지금은 비록 "비명을 삼킨 강물"을 건너고 있지만 "끊어진 그물코 사이 등 푸른 날"이 그에게도 있었음을, "가슴 속 천둥 번개"를 품고 살고 있었음을, 시인은 노래 부른다. 그리고 손톱을 잘근거리며 강을 건너버린, 혹은 강을 건너려는 그를 찾는다. 그게 시가 아닐까, 곽리자고가 아내 여옥에게 들려준 이야기처럼 강물에 빠진 백수광부와 그 남자를 따라 들어간 아내 그리고 살얼음 강을 건너려는 자와 그 자를 따라 들어가려는 다른 사람 혹은 시인, 시인의 노래는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고 이어지면서 슬픈 노래가 된다.
[출처] 김남규 시인의 신간 시조집 읽기 『열린시학』2015, 겨울호에서
김남규
- 1982년 충남 천안 출생.
- 2008년 조선일보 신춘 문예 시조부문 당선.
- 2014년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수상.
- 현재; 《열린시학》《시조시학》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