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조 - 이서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리뷰작품이란 좋은 작품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있다. 왜냐하면 리뷰 작품을 고르는 사람들의 안목이나 취향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리뷰되기를 기대하면서....
新공무도하가
박해성
강바닥 물풀같이 흔들리며 살던 사람
그까짓 파도 몇 잎 잠재울 줄 왜 몰라서
끊어진 그물코 사이 등 푸른 날 다 놓치고
주거부정 지천명에 비틀대던 아수라도
가슴속 천둥 번개 훌훌 털어 버렸는가
동지冬至에 언 발을 끌고 살얼음 강 건너시네
가지 마오 공무도하, 머리 풀고 우는 바람
타는 놀빛 만다라를 수평선에 걸어놓고
어디로 흘러갔을까, 비명을 삼킨 강물은
지친 새 추락하듯 쭉정별 지는 이 밤
그 누가 추운 강변 아직도 서성이는지
손톱을 잘근거린다, 빈처 같은 조각달이
-『정형시학』 2015, 봄호
公無渡河 (공무도하) 저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임은 그예 물을 건너셨네.
墮河而死 (타하이사) 물에 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何 (당내공하) 가신님을 어이할꼬. *
원본에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의미는 다르지 않다. 공후를 타며 슬픈 죽음을 애도하는 여옥의 마음이 지금도 아련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백수광부는 그때 이미 물에 빠져 죽었지만 지금 이 시대에도 그때와 다르지 않게 신 백수광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유야 다르겠지만 '물풀처럼 흔들리며' 사는 이가 어디 한둘인가,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가장의 책무는 더욱 힘겨워지는 현실이다. 하여 '그까짓 파도 몇 잎 잠재울 줄 왜 몰라서' 라고 했지만 실은 이것은 역설이다.
중략…
그러나 아직도 '추운 강변'에서 서성이며 '빈처 같은 조각달이' 뜬 하늘을 바라보는 이, 곧 '손톱을 잘근거'리며 오늘 밤 한 시대의 울분을 함께 넘는 이야 말로 진정한 동반자가 아닐런지.
시인의 '신공무도하가'는 단순한 현실을 노래하는 것에만 국한되는 게 결코 아니다.
후략…
[출처] 『시조 21』2016, 봄호 <내가 읽은 좋은 시조> 에서 발췌
* <공무도하가> 원본과 해석은 편의에 따라 블로거가 배열위치를 변경했음을 알립니다.*^^*
1969년 경주 출생
- 계명문화대 졸업.
- 200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 2014년 이호우 이영도 시조문학상 신인상 수상.
- 시조집; 『달빛을 동이다』(초록숲,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