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중앙일보 [중앙시조백일장] 1월 당선작.
[중앙시조백일장] 1월 수상작

이 달의 심사평 - 차 바퀴에 삶의 현실 비유, 오래 품들인 공력 느껴져
정민석의 ‘바퀴’를 새해 첫 장원작으로 올린다. ‘육신의 버팀대’인 자동차 ‘바퀴’에 바람을 채우고 출근길에 나서는 가장의 내면을 그린 작품으로 오랫동안 품들인 공력과 솜씨가 느껴진다.
‘실직’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안은 채, 안간힘을 쓰며 ‘공기압을 재’거나 ‘공회전’에 애를 태우고 ‘기어 단을 올리’며 어떻게든 위기를 빠져나가려는 화자의 모습에서는, 삶의 충전을 통해 희망과 의지를 놓지 않는 튼튼한 내성이 읽혀진다.
‘바람 빠진 이력서’를 들고 바퀴만큼 ‘탱탱해질’ 내일을 기약하며 ‘애타는 신호등의 눈짓’을 향해 굴러가지 않을 수 없는 이 시대 가장들의 행렬이 주는 역설의 울림이 깊고 뜨겁다.
자동차 바퀴에 삶의 현실을 비유하면서 일관성 있게 주제를 향해 집중하는 치열한 힘도 만만치 않다. ‘우수를 기다리며’ 또한 당선작을 밀어준 가작이다.
차상으로 제인자의 ‘기울기’를 선한다. 풋것 같은 욕망을 몇 차례씩 솎아내며 인고의 세월을 견딘 끝에라야 충일한 생명의 가지를 아름드리 휘게 할 수 있다는, 자성과 통찰을 내포한 시로 시각적 이미지가 돋보인다.
비움의 미학을 엄혹한 ‘생존방식’으로 연결시킨 발상도 좋다. ‘꽃부리, 휘청’할 정도로 ‘저울추’처럼 매달린 열매들 따라 포물선을 그리는 가지의 기울기도 그윽한 탄력을 받는, 제목의 ‘기울기’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차하로 뽑은 이종현의 ‘종이컵’은 순간의 장면을 선명한 감각으로 잡아챈 솜씨가 돋보인다. ‘휴지통’ 속으로 ‘툭!’ 떨어지는 종이컵의 무게가 비유적 효과를 동반하면서, 일용직 노동자로 보이는 ‘김씨’의 고단한 노역과 일상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형상화된 작품이다.
젊은 패기가 느껴졌던 서희정의 ‘이면지’와 함께 박한규의 ‘거미’, 김인숙의 ‘갈란투스 눈물’이 끝까지 거론되었음을 밝힌다.
- 심사위원 : 염창권·박명숙(대표집필 박명숙)
[출처: 중앙일보] [중앙시조백일장] 1월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