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갈대 등본 - 신용목
heystar
2011. 3. 15. 17:11
갈대 등본
신용목
무너진 그늘이 지나가는 염부 너머 바람이 부리는 노복들이 있다
언젠가는 소금이 雪山처럼 일어서던 들
누추를 입고 저무는 갈대가 있다
어느 가을 빈둑을 걷다 나는 그들이 통증처럼 뱉어내는 새떼를 보았다
먼 허공에 부러진 촉 끝처럼 박혀 있었다
휘어진 몸에다 화살을 걸고 싶은 날은 갔다 모든 謨議가 한 잎 석양빛을 거느렸으니
바람에도 지층이 있다면 그들의 화석에는 저녁만이 남을 것이다
내 각오는 세월의 추를 끄는 흔들림이 아니었다 초승의 낮달이 그리는 흉터처럼
바람의 목청으로 울다 허리 꺾인 家長
아버지의 뼈 속에는 바람이 있다 나는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 신용목 시집<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에서
-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과정)
-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 등단
- 2008년 제2회 시작문학상
-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