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별리別離
heystar
2015. 12. 31. 13:31
별리別離
박 해 성
단추만 누르면 광속으로 열리던 유년,
휴대폰에 저장된 네 이름을 ‘삭제’한다. 오늘은 나 살아있음이 허영
처럼 버겁다, 학교종이 땡땡 때앵〜 목청껏 내지르며 동네 앞 무논에서
올챙이를 건져 올리던 코 째진 검정고무신 배꼽 내놓고 달려온다. 가시
내들 젖가슴과 복사꽃 함께 피던 시절 사돈도 안중에 없이 맨발로 기어오
른 고욤나무 우듬지에서 깔깔대던 단발머리들, 이건 정녕 꿈이다! 고욤처럼
떫은 꿈, 그 따스한 네 혈관에 악의 꽃이 피었다니 깨어진 사금파리인 양
벗의 가슴을 에다니… 육신의 무게를 벗어 던진 너의 미소, 언제 다시 만나
려나 젖은 손을 흔든다
술래가 집에 간 자리 실연기만 피어오르고
- 엔솔러지 현대사설시조포럼 2015,vol,6『이슬화법』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