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 서정주
바다
서정주
귀기우려도 있는것은 역시 바다와 나뿐.
밀려왔다 밀려가는 무수한 물결우에 무수한 밤이 往來하나
길은 恒時 어데나 있고, 길은 결국 아무데도 없다.
아ㅡ 반딪불만한 등불 하나도 없이
우름에 젖은얼굴을 온전한 어둠속에 숨기어가지고……너는,
無言의 海心에 홀로 타오르는
한낫 꽃같은 心藏으로 浸沒하라.
아ㅡ 스스로히 푸르른 情熱에 넘처
둥그란 하눌을 이고 웅얼거리는 바다,
바다의깊이우에
네구멍 뚤린 피리를 불고…… 청년아.
애비를 잊어버려
에미를 잊어버려
兄第와 親戚과 동모를 잊어버려,
마지막 네 게집을 잊어버려,
아라스카로 가라 아니 아라비아로 가라
아니 아메리카로 가라 아니 아프리카로
가라 아니 沈沒하라. 沈沒하라. 沈沒하라 !
오ㅡ 어지러운 心藏의 무게우에 풀닢처럼 흣날리는 머리칼을 달고
이리도 괴로운나는 어찌 끝끝내 바다에 그득해야 하는가.
눈뜨라. 사랑하는 눈을뜨라…… 청년아,
산 바다의 어느 東西南北으로도
밤과 피에젖은 國土가 있다.
아라스카로 가라!
아라비아로 가라!
아메리카로 가라!
아푸리카로 가라!
- 시집 『花蛇集(화사집)』(南蠻書庫남만서고, 1941) 중에서
중앙고보와 중앙 불교학원에서 수학. 1936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벽〉이 당선되어 등단. 첫시집 『화사집(花蛇集)』(1941) 이후 『귀촉도(歸蜀途)』(1948),『신라초(新羅抄)』(1961),『동천(冬天)』(1968), 『鶴이 울고 간 날들의 시』(1982)『산시』(1991)등 다수의 시집과 시전문 동인지『시인부락』을 간행. 조선청년문학가협회·한국문학가협회 시분과위원장 · 한국문인협회 이사장·동국대 교수를 역임. 5·16문학상·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의 다수의 賞을 수상. [출처] 웹진 시인광장1915년 전북 고창 출생 ~ 2000.12월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