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안개지대

heystar 2015. 9. 24. 06:37

         안개지대

 

                       박 해 성

 

 

 

내 안뜰 가마솥에서 한 소끔 끓던 어둠

이제는 뜸들었겠지 솥뚜껑 슬쩍 밀자

저토록 하얀 아우성, 벼랑을 기어오른다

 

때로는 낮은 포복 늪도 질러가지만

이 세상 허방 짚어 몇 번을 넘어졌나,

편서풍 손톱자국에 숭숭 뚫린 가슴이며

 

숨차게 달려온 길 돌아보면 한뼘인데

언제나 직진 뿐인 시간의 신호등 앞

목숨은 가벼워진다, 비눗방울 날아가듯

 

태양의 붉은 카펫 스르르 깔리는 순간

온몸이 금침에 찔린 한 여자 스러진다,

열두 폭 스란치마가 나팔꽃으로 피어난다

 

- 『月刊文學』2015, 10월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