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백일장

중앙일보 [중앙시조백일장] 4월 당선작.

heystar 2015. 8. 18. 14:25

[중앙 시조 백일장] 4월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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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심사평]   부드럽게 흘러간 시상 … 종장 앉히는 솜씨도 일품

   싱그러워야 할 봄날이 스산하게 지고 있다. 사방에 요란하게 흩날리던 현수막도 큰 바람 뒤에 흔들림 없이 고요하다. 바람이 바람을 재운다. 잔인한 4월. 세월호 대참사 앞에 죄인이 따로 없는 먹먹한 시간 속에서 응모작품들을 읽고 고르는 일도 마음 깊이 힘들기만 했다. 그 가운데 세 편을 뽑아 들었다.

 전향란의 ‘경칩 즈음에’는 선거정국-경칩-실업-구직으로 이어지는 시상의 전개가 긴밀하면서도 시조의 품격을 한 단계 승화시킨 수작이다. 자칫 상투적인 구호로 그칠 수 있는 선거라는 소재를 경칩에 깨어나는 개구리들의 아우성으로 이었다가, 그 와중에도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실업자의 꽃빛 설렘과 기대로 아우른 품이 단연 돋보인다. 세 수 모두 종장을 앉히는 솜씨도 뛰어나 장원으로 뽑기에 충분했다.

 윤은주의 ‘귀 울음’은 돌발성 난청으로 불면의 밤을 지새운 통증이 고스란히 시화되어 있다. ‘이명(耳鳴)’은 어지럼증과 난청을 동반한다고 한다. 그러기에 ‘여름바다 소나기 질척대며 지나가’는 듯도 하고, 급기야 ‘내 귀를 가로지르며 전동차가 지나’가는 듯도 한 것이다. 세상의 소리를 제대로 거르지 못한 자신에 대한 성찰도 행간에 녹아 있다. 혼자만의 고민, 혼자만의 통증을 잘 형상화했다.

 류미야의 ‘초승달’은 단출하면서도 아담한 시다. 흡사 ‘하늘이/하도나/고요하시니//난초는/궁금해/꽃 피는 거라’ 했던 미당 서정주의 ‘난초’를 읽는 듯하다. 깜깜한 밤하늘에 실눈을 뜨고 세상을 훔쳐보는 초승달의 자태가 눈에 선연하게 그려지는 작품이다. 단시조로서의 완결미도 갖추고 있다.

 이달에도 시조백일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투고작들이 몰려들어 설렘과 기대의 난장을 펼쳤다. 저마다 품과 격이 있고 독특한 소리와 울림과 향기가 있는 작품들이 적지 않은 반면에, 시조의 기본 율격조차 소화하지 못한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선정작 외에 송이일·경대호·이종문·곽희연 씨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거론됐다.

심사위원=오승철·박명숙(대표집필 오승철)

◆응모안내= 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 달 말 발표합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게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 자격을 줍니다. 서울 중구 서소문로 100번지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