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강변북로 - 강인한
heystar
2015. 6. 18. 00:35
강변북로
강 인 한
내 가슴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달이 지나갔다.
강물을 일으켜 붓을 세운
저 달의 운필은 한 생을 적시고도 남으리.
이따금 새들이 떼 지어 강을 물고 날다가
힘에 부치고 꽃노을에 눈이 부셔
떨구고 갈 때가 많았다.
그리고 밤이면
검은 강은 입을 다물고 흘렀다.
강물이 달아나지 못하게
밤새껏 가로등이 금빛 못을 총총히 박았는데
부하의 총에 죽은 깡마른 군인이, 일찍이
이 강변에서 미소 지으며 쌍안경으로 쳐다보았느니
색색의 비행운이 얼크러지는 고공의 에어쇼,
강 하나를 정복하는 건 한 나라를 손에 쥐는 일.
그 더러운 허공을 아는지
슬몃슬몃 소름을 털며 나는 새떼들.
나는 그 강을 데려와 베란다 의자에 앉히고
술 한 잔 나누며
상한 비늘을 털어주고 싶었다.
- 출전『강변북로』(시로여는세상)
1944년 전북 정읍 출생.
- 전북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 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등단.
- 시집;『이상기후』(1966),『불꽃』(1974),『전라도 시인』(1982),『우리나라 날씨』(1986),
『칼레의 시민들』(1992),『황홀한 물살』(1999),『푸른 심연』(2005), 『입술』(2009) 등.
- 시선집; 『어린 신에게』(1998)
- 시비평집;『시를 찾는 그대에게』(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