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봄날 저녁 - 김세진

heystar 2011. 3. 4. 17:19

       봄날 저녁

 

                       김세진

 

 

문득 들렀습니다, 산 그림자 붉은 저녁

당신의 오래 된 집도 꽃등을 달았더군요

어디쯤

걸어오실까

연신 바람은 보채고

 

서쪽 하늘 끝으로 무심히 흘러가는

잔약한 산새들을 보듬는 운판 소리

먼 길은

소리를 좇아

더듬어 갑니다

 

몇 소절 슬픔 뒤로 생각도 끊어지고

꽃잎은 너덜겅 위로 시나브로 떨어져서

저 붉은

이승의 한때

잠시 흔들리는

 

                       * 격월간<유심> 2010년 5/6월호 

 1962년 대구 출생

▶ 98년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연말장원으로 등단

▶ 200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지원금 수혜

▶ 2006년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수상

▶ 시집 '메타세쿼이아에게' '점자블록'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