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해항로 1 - 樂工 ; 장석주
몽해항로 1
-樂工
장석주
누가 지금
내 인생의 전부를 탄주하는가.
황혼은 빈 밭에 새의 깃털처럼 떨어져 있고
해는 어둠 속으로 하강하네.
봄빛을 따라 간 소년들은
어느덧 장년이 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네.
하지 지난 뒤에
黃菊과 뱀들의 전성시대가 짧게 지나가고
유순한 그림자들이 여기저기 꽃봉오리를 여네.
곧 추분의 밤들이 얼음과 서리를 몰아오겠지.
一局은 끝났네. 승패는 덧없네.
중국술이 없었다면 일국을 축하할 수도 없었겠지.
어젯밤 두부 두 모가 없었다면 기쁨도 줄었겠지.
그대는 바다에서 기다린다고 했네.
그대의 어깨에 이끼가 돋든 말든 상관하지 않으려네.
갈비뼈 아래에 숨은 소년아,
내가 깊이 취했으므로
너는 새의 소멸을 더듬던 손으로 악기를 연주하라.
네가 산양의 젖을 빨고 악기의 목을 비틀 때
중국술은 빠르게 주는 대신에
밤의 邊境들은 부푸네.
- 장석주 시집 『몽해항로』 민음사, 2010.
1954년 충남 논산 출생.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 당선.
시집; 『햇빛사냥』, 『완전주의자의 꿈』『그리운 나라』, 『새들은 황혼 속에 집을 짓는다』, 『어떤 길에 관한 기억』,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크고 헐렁한 바지』 『절벽』『붉디붉은 호랑이』『몽해항로』등
수상; 애지문학상(2003), 질마재문학상(2010), 독도사랑상(2012), 영랑시문학상(2013) 등.
저서 ; [한 완전주의자의 책읽기], [비극적 상상력], [문학, 인공정원] 등의 평론집
소설; [낯선 별에서의 청춘], [길이 끝나자 여행은 시작되었다], [세도나 가는 길]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