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저수지 - 송찬호

heystar 2015. 4. 17. 10:18

저수지

 

송찬호

 

 

저 물의 깨진 안경을 보오

저 물의 젖은 손수건도 보오

물속에 4人가족 자동차가 살고 있소

 

물은 고요하고 깊으오

물의 벽지를 바꿔도 좋소

물의 침대를 새로 들여도 괜찮소

자동차는 바닥의 진흙에 박혀 더 산뜻하오

 

유서는 없었소,

저들은 지상에서

맨몸으로

수 없이 폭풍과 눈보라를 찍었소

그러니, 저 물에 빠진 도끼를 다시 꺼내지 마오

 

저들이 어떻게 사나 가끔씩

돌을 던져보아도 좋소

물가까지 쫓아온 빚쟁이들도 안부를 묻고 가오

 

찢어진 물은 곧 아물 거요

벌써 미끄러운 물위로 바람이 달리고 있소

 

- 출처 <문학들> 2012년 가을호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문과 졸업.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 6호에 <금호강> <변비> 등 발표 등단.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10년 동안의 빈 의자』『붉은 눈, 동백』『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2000년 제13회 동서문학상. 2000년 김수영문학상. 2008년 제8회 미당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