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달빛 화실

heystar 2011. 3. 1. 00:45

 

       달빛화실

 

                     박 해 성

 

 

벼루 위 고인 시름 붓끝에 슬쩍 찍어

화선지 빈 가슴에 나비인 양 풀어놓는다,

한 생애

멍에를 벗고

사붓이 날리는 눈꽃

 

적도의 하늘 끝에 유성 한 획 스쳐간다

마른가지 흔드는 외기러기 울음소리

여백에

우려낸 이승,

사르르 피가 돌고

 

그리는 게 아니야, 눈 감아야 이르는 나라

(竹) 한줄기 세워두고 그냥 그리 비워 두면

새소리,

바람소리에

달빛까지 넘치는 걸!

 

                         <여강의 물결> 제7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