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 리뷰

웃음에 관한 고찰 - 이정환

heystar 2015. 1. 8. 19:34

 

『시조21』- 지난호에 실린 작품들을 평하는 <계간평>에서 거론 된 이 작품은 수월하게 생산한 작품이라 기억한다. 

  식탁에 차려놓은 반찬 그릇에 파리가 날아 들어 신경쓰이게 어른거린다. 팔을 휘휘 내젓다가... 문득, 박지원의 <호질전>이 떠올랐다. 그래, 하늘에서 보시면 나 또한 고물거리는 물상일 뿐...  단숨에 첫수가 나왔다. 또한 우리 모두는 지금 어디로인가 가는 길이니 인격적으로 대하자면 수인사라도 나누고 고향이라도 묻는게 순서라... 둘째수가 완성되고... 가만히 보니 자꾸만 앞발로 눈을 비비는 시늉이다. 그래, 우리 겸상하자... 하고 나 혼자 씨익~ 웃었다는..... *^^*

 

        

 

 

 

밥상머리 불쑥, 파리 한 분 등장하시네

감히 예가 어디라고, 팔을 휘휘 내두르자

두 손을 싹싹 비비시네

한번만 봐달라고

 

어디서 오셨는지 어디로 가시는지

전공은 무엇인지 종교는 있으신지

질문은 생략한 채로 맞대면을 하자 하니

 

거울도 안 본 그 얼굴 마음에 걸리셨나

얼른 쓱쓱 문질러 마른세수를 하시네,

어차피 차려진 밥상

자, 우리 겸상하세

 

                                        - 박해성 「초대」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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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는 이종문 시인이 벌레들에 대해 노래한 여러편의 해학 시편들을 떠올리게 한다. '밥상머리 불쑥, 파리 한 분 등장하시네' 라고 미물이라고 일컫는 파리에 대하여 과분한 존칭을 쓰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끝까지 그런 어투다.) 시의 화자는 파리를 쫓아내려고 하고 파리는 한번만 봐달라고 싹싹 빈다. 그런데 둘째 수가 참으로 가관(?)이다.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묻고 심지어는 전공과 종교까지 묻는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셋째 수에서는  파리가 마른세수를 하는 것을 보고 화자는 결단한다. '어차피  차려진 밥상/ 자, 우리 겸상'하자고. 그렇다, 이 시의 화자가 파리에게 대하는 존칭 어법으로 보아 이것은 예견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정성들여 차려놓은 밥상에 '파리'와 같이 예기치 못했던 한 사람이 찾아왔을 때 우리가 가지게 되는 태도에 대해서다. 「초대」는 그런일을 상징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웃음이 필요한 시대다. 모두 잘 웃지 않는다. 웃을 일보다 애통해야 할 일이 더 많은 세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웃음을 회복해야 한다. 살면서 웃음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이 작품이 다시금 강하게 환기시키고 있다.

 

                                                                                                       출처- 『시조 21』2014, 가을호 이정환의 <계간평>에서 발췌.

 

이정환 시인.

-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 중앙시조대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등 수상.

- 시집『가구가 운다, 나무가 운다』『분홍물갈퀴』『별안간』등.

- 대구교육대학교 국어과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