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모안내= 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 달 말 발표합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게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 자격을 줍니다. 서울 중구 서소문로 100번지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814)
[이 달의 심사평] 틀에 얽매이지않는 발랄한 시상 돋보여
올 여름은 짧다. 일찍 더위가 물러가 좋긴 한데 아직 나락이 여물기 전이라 걱정이라 한다. 더울 땐 더워야 하고 추울 땐 추워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습작과정이라고 이와 다르랴. 열대야에 잠 못 이루고 모기를 쫓아가며 한 편의 작품을 빚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시는 촌철살인의 영감으로 빚어지기도 하지만 오랜 숙고의 기간을 거쳐 낳는 경우가 더 많다.
이달에도 역시 ‘세월호’나 ‘명량’ 등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들이 더러 눈에 띈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좋지만 이미 신문 방송에서 너무도 많이 다룬 사연이기에 식상을 넘어 진부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소재들을 작품화할 때는 시인다운 상상력과 독특한 이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달의 장원은 조우리의 ‘돌인형’이 차지했다. 응모작 중에서 가장 경계에 갇힘이 덜하고 시상이 자유롭다. ‘노을도 제비를 돌아 공중에서 접힌다’, ‘그녀는 어느 낮달에 살고 있는 기형인가’ 등의 신선한 표현에 점수를 주고 싶다. 이런 소재는 자칫 설익은 관조에 기대기 쉬운데 자신의 목소리를 끝까지 견지하는 힘이 좋다. 좀 더 가락을 가다듬고 시어 선택에 신중을 기한다면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신인이라 여겨진다.
차상은 성주향의 ‘느티 블로그’다. 한 편의 시조로 자신의 블로그를 소개하는 발상이 재미있다. 이곳은 안식을 찾는 힐링의 장소이며 ‘무상의 펜션’임을 강조한다.
함께 보낸 다른 작품도 안정감이 있고 무리 없이 쉽게 읽힌다. 신인들의 경우, 그런 장점이 곧 단점이 되는 경향이 있다. 급박한 여울이나 농울치는 서정을 갖지 못하면 큰 울림을 주지 못한다. 이분 역시 그 극복이 중요한 과제다.
차하는 최분현의 ‘울돌목’이다. 나름 충실한 습작의 시간을 보낸 흔적이 보인다. 마디를 갖춤에 있어 무리가 없고 결을 갈무리하는 솜씨가 좋다. 그러나 역시 앞에서 지적한 ‘사회적 이슈’의 작품화에 아쉬움이 있다. 셋째 수 종장처리는 너무 직접적이고 생경하다. 그 절체절명의 난중에도 충무공께서 지필묵을 든 정신이 어떠했던가를 비교해 보면 쉽게 답은 얻어지리라 싶다.
이외에도 김용호·선관종·전제진·박은정씨 등의 작품이 마지막까지 눈길을 주었다. 정형을 지키면서 시를 얻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분들의 정진을 바란다.
심사위원 권갑하·이달균(대표집필 이달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