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모델 - 어떤 손들 ; 김준현

heystar 2014. 4. 29. 19:39

모델

  —어떤 손들

  

     김준현

 

 

첼로는 노인이라도 다리를 벌리고 켜야 한다 

 

애인을 가질 자격이란

소리 지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짐승으로 살다가

높은 음에 이르러 모가지를 긋는 배반에도

고개 드는 능력이다 

 

한 사람의 비극을 위한 스포트라이트, 가로등 아래

둥근 부위에 주저앉으면

죽는다는 걸 이해할 수 있다

뒤집힌 주머니처럼, 그런 눈으로 

 

힐을 신고 걷는 여자들에게선 말발굽 소리가 나고

차여본 적 있나, 당신

입술이 뜨거울 때까지 립스틱을 발랐지

떡니에 붉게 묻은 고백 때문에

예쁘다고 하다가 밉다고 하다가 다시

등 뒤에 앉은 그림자

치매를 앓는 노인네처럼

너를 잃었다 길을 잃은 

 

백수白手를 숨기고 어두운 객석에 앉아

후좌위를 상상한다, 귀를 노리고

몰래하는 자위

늙어도 단단한 부위

활대가 검은 구멍 위를 가로지르면서

사람이 사람의 소리에 취하는 게 질투 때문이라면

그래, 대담하게 일어선다

사람들이 일어선다

기껏해야 박수지만, 그건 내 것이다 

 

들리지 않는 것처럼

죽은 애인을 안고

 

 

- 계간 『詩로 여는 세상』 2013년 가을호 발표

 

 

1987 경북 포항 출생.

-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영남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재학중.

-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