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새 - 천상병

heystar 2014. 4. 15. 21:16

 

 

천 상 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출전] 천상병 시집 『주막에서』(민음사)

 - 1930년 1월 29일 (일본) 출생 ~1993년 4월 28일 사망

1949년 마산중학 5년 재학 중 당시 담임교사이던 김춘수 시인의 주선으로 시 「강물」이 《문예》지에 추천되었다. 1952년 시 「갈매기」를 《문예》지에 게재한 후 추천이 완료되어 등단하였다. 서울대학교 (중퇴) 1964년 김현옥 부산시장의 공보비서로 약 2년 간 재직하다가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체포, 약 6개월 간 옥고를 치르고 무혐의로 풀려난 적이 있다. 1971년 고문의 후유증과 음주생활에서 오는 영양실조로 거리에서 쓰러져 행려병자로 서울 시립 정신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였다. 그 사이 유고시집 『새』가 발간되었으며, 이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에 유고시집이 발간된 특이한 시인이 되었다. 시집 『주막에서』, 『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 『저승 가는데도 여비가 든다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