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heystar 2014. 3. 14. 13:23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박 해 성

 

 

월남전서 귀신 잡던 김 상사의 저문 바다

영하의 도시 귀퉁이 삽화로 걸려있네

파도는 지치지 않고 낡은 뱃전 두드리고

 

총알 스친 옆구리 시린 바람 드나들어도

해묵은 그물 기워 녹슨 시간 건져 올리다

단 불에 가슴 데인 듯 화들짝,

뒤집는 빵틀

 

실없이 귀는 밝아 달뜨는 소리 풋잠 깨면

하얀 나비 날개 같은 아오자이 아른거려

침침한 눈을 비비네

별자리라도 찾는 척,

 

불면과 마주 앉아 주고받는 한 잔 술에

서서히 피가 도네, 비늘만 문신한 붕어

꼬리를 휘휘 저으며 허공을 헤엄쳐가네

 

- 계간『스토리문학』2014, 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