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작가의 말 - 최형심

heystar 2014. 3. 13. 20:06

                  작가의 말

 

                                                         최 형 심

 

 

 

  자신의 말(言)에서 죽음을 맞는 부족이 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서쪽에 머리를 두고 서풍의 발음으로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들의 어머니는 세 개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열쇠를 입에 물고 잠이 들었다.

 

  어느 해 자신의 말에서 죽음을 맞는 부족에게 겨울이 다섯 번이나 찾아왔다. 나무들은 목판이 되고 책들은 점점 커졌다. 사람들은 목판에 새겨진 보폭을 세었다. 한겨울의 침잠으로 완강한 이름들을 버려야했다.

 

  이윽고 겨울에서 풀려난 그들은 산양자리 뿔에 다친 뒤꿈치를 열 번의 계절풍으로 헹구었다. 이마를 바위에 대고 한낮의 햇살들을 말렸다. 고독한 장미에게서 색깔을 빌렸다. 햇빛의 달에는 뿔을 모아 난간에 기대어두었다. 흰 뿔이 가지런해지고 복숭아 뼈가 붉어졌다.

 

  자신의 심장에서 죽는 부족은 심장을 두 개씩 가지고 태어났다. 심장에서 죽는 부족 사람들이 사냥을 알리는 휘파람을 불었다. 사냥꾼들이 사수좌아래 모여들었다.

 

  자신의 말에서 죽음을 맞는 부족 마을에서는 여러 겹의 꿈으로 돌돌 말린 어린 계집아이들이 말(馬)등에 올랐다. 계집아이들은 자신이 채집한 말(言)을 혼수품으로 꼭 껴안고 갔다. 자신의 심장에서 죽는 부족은 한 쌍의 심장을 가지고 신부를 맞았다. 말(言)과 심장을 하나씩 서로에게 나누어 주는 것으로 그들의 결혼식은 끝났다.

 

  아이들이 태어나자 이마를 그믐달 모양으로 씻어주었다. 아이들은 두 개의 심장과 두 개의 목소리를 가졌다. 심장이 왼쪽과 오른쪽에서 번갈아 뛰고 목소리는 서로가 대답하고 물었다. 언제나 자오선을 타러 가던 아이들은 흘림체로 떠나갔다.

  두 개의 심장과 두 개의 목소리를 가진 아이들은 치유의 대답을 오래 찾아야 했다. 자신의 말에서 죽는 부족의 여인은 백발의 아이들을 위해 걸을 때마다 발자국 하나씩을 떼어주었다.

  늙은 아내는 제 입에서 완성하지 못한 말 하나를 남겨두고 오래된 말들을 다 토해냈다. 맨발의 전례를 따라 심장에서 죽는 부족의 남편이 맨발로 죽었다.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에 끼인 날들 사이의 일이었다.

  물오른 별들이 꽃잎을 해감하고 있다. 시간이 꿈의 속도에 맞춰 흘러가기 시작한다. 시간의 서열에 혀를 대본다. 백발이다.

 

                                                              - 웹진 『시인광장』 2013년 9월호 발표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박사과정 수료. 

2008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

2009년 아동문예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2년 한국소설신인상 수상.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장.

 

[출처]웹진 시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