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가을엽서

heystar 2014. 2. 24. 19:23

       가을엽서

 

                        박 해 성

 

 

징검돌 틈 씀바귀 꽃 하품하는 간이역

흐릿한 입술자국 간신히 울음을 참는

버려진 종이컵 하나 낡은 벤치에 놓여있다

            

이제는 그 아무도 배고프지 않은 꽃밭

이웃인 듯 목례하는 상냥한 해바라기

잘 여문 사리를 지닌 꽉 찬 속내 오달지고

 

햇살의 식은 눈길 물러 날 때를 아는지

고추잠자리 노니는 기찻길을 서성인다

이생의 완행열차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

 

뉘인가, 기적소리에 손수건 적시는 이

맘 달뜬 나그네 새 날개깃 다듬는 시간

민둥산 참억새군단, 대합창이 장엄하다

 

 

                       - 계간 『나래시조』2013, 겨울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