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집에 가는 길
heystar
2014. 1. 4. 16:26
집에 가는 길
박 해 성
번지수 헷갈린 바람 돌아서는 길모퉁이
만성두통 앓고 있는 신호등 하나 서 있다
오늘은 신열이 심한지 눈자위 종일 붉은
그 속내 아리송해 건널목을 서성인다
고삐 풀린 욕망들이 질주하는 아스팔트
나 혼자 멈춰 섰는가, 눈치껏 둘러보니
길가의 늙은 벤치 생각 깊어 침묵인데
가지 잘린 가로수 제 잎을 다 떨군다
때로는 몸피 덜어야 한 고비 넘는다고
상투어가 밀고 당기는 외마디 유행가에
골다공증 산을 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천국이 가까워졌나? 십자가가 지천이다
- 계간『나래시조』2012년 겨울호 수록.